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서울이 아닌 다른 낯선 곳에서 조용히.. 그리고 한가로이.. 바람을 쐬고 싶었드랬다.

차가 있다면 무작정 출발 먼저 했으련만.. 면허라도 있다면 렌트라도 해서 갔으련만..

먼곳.. 차가 없어도 가기 수월한 곳을 찾은게 부산 해운대였다.

3시간이면 부산에 내려줄 KTX란 놈을 택해서 부산을 다녀온게 작년 6월초였다.

똑딱이 하나들고 배낭 하나 메고.. 태어나서 혼자 여행 해본적 없는 내겐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땐 KTX도 처음이었지..

비싸디 비싼 KTX 특실 1인석에 앉아 3시간도 안되서 부산땅을 밟았을때 너무 너무 좋았다. 

부산역에서 해운대까지는 전철로 1시간은 가야한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지만 말이다 ㅎㅎ

 

평일 오전 7시에 KTX 특실은 양복입은 아저씨들 천지였다. 30대 이하의 사람은 보이지도 않는다.

다들 출장비용으로 청구하는 아저씨들이기에 타나보다 싶었다.

 

낯선 부산 전철.. 습관적으로 삼성카드를 디밀었는데 암말않고 찍혀줘서 다행이었다.

그때만해도 전철역 안에 신용카드는 곧 서비스될 예정이라는 안내글이 붙어있었다. 난 이미 찍고 들어왔는데..

삼성카드 짱이다~ 란 생각을 그때 처음 해본거 같다^^

이번엔 전철은 남포동 갈때만 타고 죄다 버스로만 이동했지만.. 이젠 후불교통카드로도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환승까지 되니 이 얼마나 편해진 세상인가.. 교통비도 얼마 안들었다.. ㅋㅋ

 

 

출발하기 바로전날.. 내기억에 6월인데 우박이 우두둑 쏟아지고 하늘은 시커멓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망했다 싶었는데 다행히 여행하는 2박3일 내내 날씨는 나름 좋았다. 안개가 짙었던 것만 빼면..

 

그때만해도 목적지는 그냥 해운대였다. 조용히 바닷바람이나 쐬며 어슬렁 거리다 오는게 목적의 전부였고 진짜 그러다 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달맞이고개, 해운대, 동백섬을 어슬렁 거리며.. 점심시간에 스타벅스 커피 하나들고 산책나온 직장인들을 바라보며 부산사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근처 어디라도 면접을 보러 가고 싶었으니까^^

 

그 좋은날 동백섬엔 초등학생 2~3개 반정도 돼보이는 인원이 난간이란 난간엔 죄다 자리잡고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이 어린노무시키들은 무슨 복을 타고나서 미술시간에 이런델 나와서 그림을 그리는지.. 내 어렸을땐 볼것이라곤 나무 밖에 없는 학교 뒷동산에 간 기억 밖엔 없었는데 말이다..

 

점심시간 즈음이라 몇몇은 도시락을 까먹고 있었는데.. 유독 시선을 잡아 끄는 한 아이가 있었다.

커다란 양푼에 이것 저것 섞어 넣고 슥슥 고추장에 비벼대고 있는 짧고 통통.. 아니 똥똥한 아이였다.

어딜가나 이런 애들 꼭 있다. ㅎㅎ "설마 너 혼자 그거 다먹을꺼니??" 싶다가도.. 체구를 보니 이내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하는 여행, 기억도 가물한 어릴적 광안리해수욕장 이후 처음 가보는 부산, 처음 타보는 KTX,

달맞이 언덕에 위치한 전망 좋은 일루아 호텔 스파디럭스룸, 그리고 한적한 평일 오후의 해운대와 동백섬..

 

10개월여만에 다시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목적지 물색을 시작했다.

경주나 가볼까.. 교통편이 참 구리다.. 경주 도착해서도 어슬렁의 개념은 절대 기대할 수 없어보였다.

혼자 숙박하기엔 민박은 참 거시기해서 호텔을 찾을 수밖에 엄꼬.. 호텔을 기준으로 동선을 짜려니 만만치가 않아보였다.

제주도 올레길.. 너무 땡겼는데.. 민박은 싫고.. 제주도는 역시 차가 있어야해 ㅠㅠ

 

만만한게 부산이다.. 그립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던 부산을 이번엔 이곳 저곳을 돌아보기로 했다.

가볼만한 곳을 찾아보니 은근 많더라는.. 그중 남포동, 태종대, 해동용궁사, 이기대공원..

 

붉은 점선 있는 곳이번 여행에 어슬렁댈 곳들.. 자갈치역을 남포동역으로 착각해서 남포동은 잘렸다.

(버스를 이용한 덕?에 이동 경로는 정확히 모르겠다.)

 

남들은 하루에도 빡쎄게 다 돌 곳을(이기대 빼고) 하루에 한군데씩만 돌기로 하고 일정을 잡았다.

오전에 출발해서 부산역 도착하면 가까운 남포동 가서 배를 채우고 해운대가서 체크인하고 달맞이길 어슬렁 거리며 하루..

해동용궁사 가서 어슬렁 거리며 하루, 이기대공원에서 오륙도까지 산책하며 하루, 체크아웃하고 태종대 갔다가 서울로..

부산여행을 3박4일로 이리 어슬렁거리며 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ㅋㅋ

 

다시 찾은 일루아 호텔, 벚꽃 만발한 달맞이길, 바닷가 절벽에 자리잡은 용궁사, 해안선을 따라 걷는 이기대 산책로,

유채꽃 만발한 해맞이 공원과 오륙도, 그리고 태종대...

 

이때만해도 너무 너무 널널하게 시간이 많이 남을거라 생각했드랬다..

사실 시간은 많았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이 걸었다는 것과.. 것땜에 빨리 지쳤다는것.. 것땜에 저녁시간은 어슬렁이지 못하고 널부러져있어야 했다는 차이가 있었지만..

널부러져있을 수 있는 시간이 있었기에 살아 돌아왔지 싶다^^

 

하루중 출퇴근시간과 점심식사 시간을 빼면 하루종일 앉아서 생활하던 나에겐 한달치 걸을 걸음의 그 이상을 하루에.. 그렇게 4일을 걷고 온 것 같다.

하루 이틀만에 돌아왔다면 알이 배겨서 왔으련만 4일을 꼬박 걸어댔더니 서울에 도착했을땐 조금 지쳐있던 것 빼면.. 알배긴 후유증 등의 여파가 없었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또 다시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

 

To be continued..